지리산 정복기

2022. 6. 5. 14:58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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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전 정보

 "지리산"은 총 높이 1915m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한라산보다 조금 낮지만, 고작 35m이고, 산세가 험해 오히려 더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보았다.

 지리산의 정상은 "천왕봉"이다. 3대 봉으로는 "반야봉"과 "노고단"이 있는데, 노고단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노고단은 옛 화랑들이 무예를 연무하던 곳이라고 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정상인 천왕봉을 목표로 잡고 등반했다. 

 지리산 역시 한라산처럼 많은 코스가 있다. 그중에 천왕봉에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중산리(장터목), 중산리(칼바위), 백무동~중산리, 백무동, 거림 코스로 총 다섯 가지다. 만약 차가 없다면 종주를 목표로 했겠지만, 이번에도 차가 있어 다시 되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내가 오른 길은 천왕봉에 가장 단시간에 오를 수 있는 "중산리(칼바위) 코스"다. 총 5.4km의 거리로, 홈페이지에 안내되어있는 소요 시간은 편도로 4시간이다. 한라산과 지리산을 다녀온 후 알게 된 것인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안내되어있는 소요시간은 매우 여유롭게 잡은 시간으로,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의 기준인 것 같다.

 중산리 입구에서 환경교육원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칼바위 코스와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 것 같아서 칼바위 코스로 올랐는데, 다음번에는 환경교육원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밑에 첨부한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지리산 생태탐방원"이 자세히 안내되어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지리산은 한라산과는 다르게 따로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산행은 새벽 3시부터 가능하다고 안내되어있는데, 그래서인지 지리산에서 일출을 보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다. 얼핏 듣기로는 지리산 안에서 1박도 가능하다는 것 같은데, 이건 깊게 알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일찍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지리산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송펜션" 이라는 곳에서 숙박을 했고, 중산리 주차장까지는 차로 3분 정도 거리에 있다. 숙소에 대한 상세 리뷰는 여행 글에서 할 예정이니, 참고 바란다.

<지리산 중산리 주차장>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지리산국립공원 < 국립공원탐방 < 국립공원공단

 

www.knps.or.kr

<오송펜션>

 

오송펜션

지리산 산자락 중산리 계곡에 위치한 오송 펜션

www.osongps.com


2. 준비

 7시에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6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바나나 우유를 먹고, 샤워를 하니 7시가 다 되어있었다. 이번에는 한라산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온음료 2통과 물 1통을 챙겼다. 중간중간 먹을 초코바와 크래미, 점심으로 먹을 유부초밥까지 챙겼다.

 지리산 중산리 입구에 "거북이 산장"이라는 곳에서 김밥을 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일찍 일어나서 유부초밥을 준비해주셨다.

 오송펜션에서 중산리 주차장까지는 차로 3분 정도 소요된다. 입구 밑에 있는 주차장과 바로 옆에 있는 주차장이 있는데, 슬슬 날이 더워지니 밑에 있는 주차장에 대는 것을 추천한다. 밑 주차장에는 천장이 있어 그늘이 지기 때문이다. 주차비용은 하루 종일 기준으로 4,000원이다.


3. 등산 초반

 지금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돼서 그나마 편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생각보다 등산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쨍쨍한 햇살에 비해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한 날이었다. 이번 여행에도 내 날씨운은 계속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ㅋㅋㅋ 

지리산 중산리 코스 입구
(좌) 중산리 야영장 / (우) 산행 가능 시간

 "통천길"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하늘로 통하는 길"이라는 뜻인데, 그만큼 지리산이 하늘과 가깝다는 얘기인 것 같다. 순간적으로 통천길을 보자마자 생각난 건 통할 통이 아니라 아플 통이었다 ㅋㅋㅋ 설마 등산이 고통스러워서 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먼저 겁을 먹어버렸다..

 통천길을 지나서 등산 초반과 로타리 대피소를 조금 지나서까지는 나무 그늘이 계속된다. 덕분에 덥지 않고 시원하게 오를 수 있다. 등산 초반 느껴지는 분위기는 한라산과 많이 달랐다. (아직 가본 산이 한라산밖에 없어서 계속 한라산과 비교하게 된다.) 지리산은 뭔가 열대우림 속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빽빽이 심어져 있는 나무들이 모두 높게 솟아있고, 푸르른 환경에 어울리게 꾀꼬리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뭔가 등산로가 아닌 길로 가면 정말 길을 잃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르다 보면 생각보다 금방 "칼바위"가 나온다. 통천길에서부터 20분쯤 뒤에 나온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매우 매우 천천히 올랐으니, 나오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칼바위를 지나 5분 정도 더 걸으면 흔들 다리가 나온다. 흔들 다리를 지나 "칼바위 삼거리" 쉼터에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올라갔다.

(좌) 등산 초반 산행길 / (중앙)  칼바위 / (우) 흔들다리
칼바위 삼거리 쉼터

 앞서 말한 대로 로타리 대피소를 조금 지나서까지는 계속 숲길을 걷게 되는데, 그 풍경이 정말 멋있다. 날씨가 좋아서 특히 멋있었던 것도 있겠지만, 맑은 공기와 깨끗한 환경이 주는 분위기가 특히 좋았던 것 같다. 계속해서 올라가다 "칼바위 상단"에서 한 번 더 쉬었다. 이번 등산은 가족과 함께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충분히 쉬어주면서 올라갔다.

칼바위 상단 쉼터까지 가는 길

 뒤로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는데, 지리산은 대부분 바위를 밟으며 올라가야 한다. 바위가 생각보다 커서 잡고 올라가야 하므로, 장갑은 필수다. 발아래뿐만이 아니라 옆에도 계속 바위가 나온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칼바위보다 멋있는 바위들도 많은 것 같다. 다만 칼바위는 그 모양이 뾰족해 신기해서 가장 유명한 바위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정말 멋진 바위들이 많으니,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보며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올라가다 정말 재밌는 바위를 발견했다 ㅋㅋㅋ 그냥 무심코 옆을 봤는데, 영화 "업"에 나오는 할아버지처럼 생긴 바위가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여러 번 사진을 찍었다. 표정을 따라 하면서 찍기도 했는데, 그건 차마 올리지 못하겠다. 아무튼 이 "할아버지 바위"까지를 등산 초반으로 잡았다!


4. 등산 중반

 할아버지 바위를 지나서 계속 걷다 보면 드디어 하늘이 보인다. 지리산은 신기하게도 1시간 반이나 숲길을 걸어도 다른 길을 걷는 느낌을 준다. 중간중간 새로운 바위가 나와서 그런가? 올라가다 바위 위에 앉아있는 다람쥐도 봤다! 아쉽게도 곰은 보지 못했지만, 다람쥐도 충분히 귀여웠다!

 지리산 정보를 찾다가 어느 글에서 화장실 냄새가 나면 로타리 대피소에 도착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진짜였다 ㅋㅋㅋ 갑자기 화장실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로타리 대피소가 나타났다! 화장실에 가면 냄새가 얼마나 더 심할까 했는데, 생각보다 화장실은 깨끗했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로타리 대피소

 로타리 대피소 바로 위에 샘물이 있다. 개인적으로 물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데, 이 물은 제법 맛이 달랐다. 조금 맑고, 가벼운 느낌이랄까? 아무튼 꽤 맛있었다! 샘물 바로 위에 법계사가 있는데, 법계사는 들르지 않고 이어서 바로 올라갔다.

 슬슬 저 아래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리산 산맥이 엄청 커서 그런지, 요 일대에는 어딜 가도 멋진 산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밑에서 바라보는 산과 위에서 내려다보는 산은 모습이 다르다. 밑에서는 엄청 커 보였던 산들이 내 발아래로 쫙 깔려있는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로타리 대피소를 지나서부터는 경사도 높고, 지형도 험해서 쉬는 공간이 꽤 자주 나온다. 우리는 최대한 자주 쉬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계속 오르다 보면 해발 1700m에 "개선문"이 나온다! 여기까지를 등산 중반으로 잡았다. 얼핏 보기에는 200m면 다 온 거 아니야? 싶겠지만, 여기부터 계단이 자주 나오고, 경사가 높아 정말 힘들다.. 천천히 올라가면 올라갈 수 있겠지만, 평소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은 정말 정말 힘들다.

개선문


5. 등산 후반

 등산 후반에는 발아래로 보이는 풍경을 계속 보면서 올라간 것 같다. 충분히 쉬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냥 앞만 보고 오르기에는 풍경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름이 많았다면 더 멋있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괜찮다. 구름이 많은 날에 왔다면 구름이 없는 깨끗한 풍경은 보지 못했을 테니.

 등산 후반에는 계단의 연속이다. 계단 한 층의 높이도 꽤 높아서, 힘든 코스인 것 같다. 그래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것만 오르면 정상이겠구나 싶은 계단이 나온다. 딱 그 순간만 참으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6. 천왕봉

 등산 시작 4시간 만에 천왕봉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온 산맥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였다. 정상에는 벌이 정말 많았다! 사진을 찍어도 벌이 계속 나올 정도로 벌이 많았다 ㅋㅋㅋ 벌이 원래 이렇게 높은 곳에 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천왕봉은 백록담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백록담은 정말 백록담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이 있다. 그러나 천왕봉은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주는 감동이 있었다. 날씨도 좋고, 시원한 바람이 부니 상쾌하다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곳이었다.

천왕봉 풍경
천왕봉


7. 하산

 하산할 때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위험하니 더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한라산에서는 그냥 미친 듯이 뛰어내려 갔는데, 지리산은 부모님과 함께 와서 천천히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로타리 대피소에서 엄마가 싸온 유부초밥과 간식을 먹고 내려갔다. 앞으로 등산할 때 크래미는 필수다..

 지리산 입구에는 계곡이 있다. 정말 정말 맑은 계곡인데, 들어가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내려올 때 더 커진다. 너무 힘들고 더워서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ㅋㅋㅋ

 내려오면 거북이 산장 옆에 무인 카페가 있다! 거기서 에이드를 한 잔씩 마시고 등산을 마쳤다.

(좌) 유부초밥 / (중앙) 계곡 / (우) 무인 카페


8. 지리산 정복기

 총 7시간 38분이 걸린 지리산 정복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지금까지 내가 해본 등산 중 한 번은 혼자, 한 번은 가족과 함께 오른 등산이다. 한라산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때로는 풍경을 보면서 올라갔다. 그래서인지 평균 소요시간보다 빠르게 올라갔고, 실제로 올라가면서 30명은 제치고 올라간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등산은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올라갔다. 이쁜 풍경이 보이면 같이 감탄하고, 힘들면 조금 쉬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엄마는 내가 천천히 올라가서 답답할 것 같다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등산을 빨리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여러 번 쉬면서 올라가니 훨씬 덜 힘들었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심장안전쉼터에 나와있는 말처럼 말이다.

 어느새 50이 넘어간 부모님은 등산을 힘들어하셨다. 아빠는 무릎이 안 좋았고, 엄마는 체력이 안 좋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간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등산 후반에 엄마는 계단을 세 칸 오르고 쉴 정도로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결국 올라갔다. 얼마나 쉬었든, 얼마가 걸렸든 정상에 도달한 부모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이번 등산에서는 "함께"라는 것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에 정말 오랜만에 떠난 가족여행이었는데, 모두가 행복하게 잘 쉬다 온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

 다음 정복기는 어느 산이 될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대충 설악산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한라산 정복기"를 보고 내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꽤 생겼는데, 이번 지리산 글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다치지 않고 즐겁게 등산을 마쳤음에 감사하며 "지리산 정복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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