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복기

2022. 5. 8. 23:51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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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전 정보

 나에게 "제주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 "한라산"이었다. 때문에 제주도를 간다면 반드시 한라산을 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여행 계획을 짜게 된 것이다. 많은 조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이렇다.

 먼저 한라산은 크게 두 가지 코스로 나누어진다. 사실 더 많은 코스가 존재하지만, 정상인 "백록담"을 갈 수 있는 코스는 딱 두 개뿐이다. 첫 번째는 "관음사 코스", 두 번째는 "성판악 코스"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뭔가 악이 들어가는 성판악이 더 힘들 것 같지만, 관음사가 2배는 더 힘든 코스다. 그러나! 관음사 코스로 가면 삼각봉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관음사는 편도 8.7km, 5시간이 걸리고, 성판악은 편도 9.6km에 4시간 30분이 걸린다고 나와있다. 왕복으로 따지면 둘 다 9시간에서 10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다. 정말 하루 전체를 잡아먹는 코스인 것이다.  거리만 봐도 관음사가 얼마나 더 힘든지 알 수 있다. 성판악보다 1km 가까이 짧은 거리에도 시간이 30분 더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길이 험하고, 경사가 심하다는 것이다.

 내가 알아본 정보는 이정도였다. 해서 내가 내린 결론은 "관음사 코스"다. 여러 리뷰를 본 결과 관음사 코스가 훨씬 볼거리가 많고, 성판악은 거의 계단만 보면서 올라간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힘들더라도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관음사 코스로 정했다. 나는 차가 있어서 관음사로 올라가서 관음사로 내려왔지만, 차가 없다면 관음사로 가서 성판악으로 내려오는 것을 추천한다.

 한라산을 가기 위해서는 예약을 해야 한다. "한라산탐방 예약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예약을 할 수 있고, 예약이 힘들지는 않으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약 시간은 오전 6시와 8시가 있는데, 나는 8시를 선택했다. 참고로 12시 이전에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지 못하면 정상까지 오를 수 없으니, 체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일찍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찍 출발하기 위해서는 한라산 근처에서 자는 것이 편할 것 같아서 근처 숙소를 예약했다. 사실 근처에 숙소가 거의 하나뿐이라 선택지가 넓지는 않다. 내가 묵은 숙소는 "호텔난타"였는데, 시설도, 서비스도, 위치도 모두 엄청 좋았다. 가격도 꽤 저렴한 편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제주특별자치도 소방안전본부

세계자연유산 제주! 안전한 도시 제주!

www.jeju.go.kr

 

<한라산 탐방 예약 시스템>

 

한라산탐방 예약시스템

실시간 탐방로 정보 확인 하시고 안전한 산행 되세요. <!-- 064-710-9950 -->

visithalla.jeju.go.kr

 <호텔 난타>

 

호텔난타

제주도 한라산 높은 고지에 위치한 호텔난타는 제주 최고의 력셔리 호텔입니다.

www.hotelnanta.com


2. 준비

 아침에 6시 30분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옷을 입고 나가서 김밥과 만두를 사 왔다. 숙소 근처에 있는 "땡초김밥싱싱왕만두"라는 곳에서 사 왔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우선 일찍 문을 여는 가게가 근처에 별로 없었고, 개인적으로 등산! 하면 김밥!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 

 산에서 먹을 김밥과 전 날 편의점에서 산 초콜렛, 음료수를 챙겨두고, 만두를 아침으로 먹었다. 그 후 씻고, 짐을 챙겨서 50분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관음사 탐방로 주차장까지 5분이면 가는데, 이 점이 호텔난타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한라산 등반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조건이다.

 참고로 음료수는 무조건 최소 1.5L는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밥을 먹을거면 꼭 그 정도는 필요하다.. 나는 파워에이드 600ml짜리 하나를 가져가서 정말 정말 힘들게 아껴마셨다. 중간에 밥을 먹을 때도 김밥 한 줄 당 한 입을 마셔야 했다. 음료수나 물은 꼭 많이 가져가야 한다.. 꼭....


3. 등산 초반

 등산로 입구에서 예약 화면을 보여줘야 입장할 수 있다. 입장할 때 직원분께서 오늘 정상 가려는거냐고 물으시더니 오늘 정상 가려면 아이젠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위에 얼음이 있어서 아이젠 없이는 못 올라간다고.. 그러나 이제 와서 아이젠을 구할 수도 없고,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등산 초반에는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다. 계속 돌멩이가 있는 길을 걷고, 주변에 나무가 있다. 마스크를 쓰고 등산해서 맑은 공기를 마시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산행의 99%가 혼자였기 때문에 가끔 마스크를 내리고 공기를 마셨는데, 확실히 좋았다. 삼각봉 대피소까지는 옆에 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케리어(?)가 있다. 앞칸에는 사람이 타고 있고, 뒷 칸은 비어있는데, 다친 사람을 내리기 위한 비상용인가 싶었다. 신기했다. 이런 산에 저런 레일이 깔려있다니! 그래서 초반 목표는 저 케리어와 비슷한 속도로 오르는 것이었다. 중간에 슬슬 계속 본 나무가 지겨워질 때쯤 계곡이 나오고, 새로운 풍경이 또 펼쳐진다. 등산 내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한라산의 장점인 것 같다.

산행 초반 풍경

 걷다가 새끼 노루를 봤다!! 백록담에 올라가면 노루가 뛰어다닌다는 말은 들어밨지만, 초반부터 노루가 뛰어다니는 것을 보게 될 줄이야! 너무 신기하고 행복했다!! 급하게 사진을 찍었지만, 잘 담기지는 않았다.  

노루

 조금 더 올라가면 나무 테크로 되어있는 길이 나온다. 곧게 뻗은 나무가 나오고, 해발 1,200m 비석이 보이는 곳까지를 초반으로 잡았다.


4. 등산 중반

 등산 초반까지는 계속 숲을 걷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러나 갑자기 숲이 끝나는 지점이 보이고, 그 끝에 뾰족한 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삼각봉"이다. 확 트인 정경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해서 막 뛰어갔다. 삼각봉이 보이고, 내 발 밑으로 구름이 있음을 깨달은 순간,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감동을 받았다는 표현이 더 걸맞은 것 같다. 이 풍경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로도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을 것이다. 나무들이 빼곡한 능선은 위에서 보니 넓은 갈대밭처럼 보이고, 숲은 끝없이 아름답다. 

(좌) 삼각봉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 / (우) 삼각봉
삼각봉

 삼각봉을 지나 곧 "용진각 현수교"가 보인다. 다리를 지나 더 올라가면 넓은 초원과도 같은 한라산의 풍경이 보인다. "저 곳을 뛰고 싶다. 저곳 위를 운전해보고 싶다. 스위스에 가면 저런 곳이 널려있을까? 저런 곳에 집을 짓고 살면 어떨까?" 하는 감수성 넘치는 생각을 하며 올라갔다.

용진각 현수교


5. 등산 후반

 여기서부터는 정~~말 힘들다. 끝날 것처럼 생긴 계단을 계속 오르고, 심지어 얼음에 계단이 파묻힌 곳도 빈번히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그냥 밧줄을 잡고 힘으로 올라갔는데, 나중에는 밧줄 지지대가 쓰러진 곳도 있어서 꽤 힘들었다. 그래도 아이젠 없이 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장갑은 필요하다. 아이젠이 없으면 힘으로 밧줄을 잡고 올라가면 되는데, 장갑이 없으면 힘들 것 같다.

 이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내려가는 길에 이 구간에서 얼마나 더 걸리냐는 질문을 4번이나 받았다 ㅋㅋㅋ 발 밑으로 제주도가 훤히 보이니까 뭔가 다 올라온 것 같은데~~ 안 끝나니까 정신적으로도 꽤 힘들다! 그래도 천천히 풍경을 즐기면서 올라가다 보면 끝이 보인다.

나는 왼쪽 사진이 보일 때 거의 다 올라온 줄 알았다..


6. 백록담

 3시간 가량의 등반 끝에 마침내 "백록담"에 도착했다. 티브이에서만 보던, 사진으로만 보던 백록담을 내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서있었다. 발 밑으로는 구름이 보이고, 푸른색 백록담의 물이 보인다. 덥고 습했던 날씨는 어디 가고, 정상에서는 시원한 바람만이 존재한다! 오히려 춥기까지 했다. 다행히도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는 줄은 그리 길지 않았고, 백록담에 물도 꽤 있는 편이었다. 비가 오기로 예보되어있었는데, 날씨마저도 완벽했다.


7. 하산

 11시 전에 백록담에 도착을 했다. 내려가는 것은 더 금방 내려가겠지 싶어서 내려가서 식당을 가려고 했다. 근데 진짜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ㅋㅋㅋ 그래서 삼각봉에서 급하게 김밥 두 줄을 먹고 내려갔다.

 처음에 올라갈 때 어떤 외국인이 엄청 뛰어내려오는 것을 봤다. 속으로 "저렇게 내려오면 무릎에 무리갈텐데.. 왜 저렇게 급하게 뛰어내려오지?"라고 생각했는데, 내 모습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ㅋㅋㅋ 너무 힘드니까 계속 빠르게 뛰게 된다.

 내려가는 길에 너구리를 봤다! 정확하게 너구리인지는 모르겠으나, 너구리처럼 보였다. 세 마리 정도 봤는데, 빠르게 숲 속을 왔다 갔다 했다. 급하게 동영상을 찍어봤지만, 전혀 알아볼 수가 없다..


8. 한라산 정복기

 총 5시간 50분(식사시간 포함)이 걸린 한라산 정복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곤 한다.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산이 우리들 인생과 같다고. 이번에 내가 느낀 점은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 다르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올라가면 결국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라가는 길에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보았고, 나보다 어린아이도 보았다. 그들 모두가 결국에는 정상에 올랐을 것이라 믿는다. 설령 도달하지 못했다 하여도 괜찮다.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등산의 목적은 아니니까. 산을 오르면서 여유롭게 경치도 즐기고, 산내음도 맡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있을 것이다. 

 다음 정복기는 6월 초에 가족여행으로 가는 "지리산 정복기"가 될 것이다! 다치지 않고 즐겁게 등산을 마쳤음에 감사하며, "한라산 정복기"를 마친다.

* 해당 블로그에 있는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이며, 무단 복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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